에세이

[에세이] 서비스 맨 이야기 (드럼 세탁기 편)

골든 마운틴 2022. 12. 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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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오늘도 똑같은 나의 서비스맨 일상이 시작된다.
여름 성수기가 지났는데도
밀린 건수가 30건이 넘는다.
다른 직장인들은 일이 없어서 문제라는데,
우리는 일이 넘쳐난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쉬고싶다....


1년간 해외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여행하면서 쉬고싶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럴 수 없다.
아니다,돈 때문에 여행 할 수 없는게 아니다...
사실 1년간 여러나라를 돌아 다니며
여행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용기와 솔로 일때만
가능한 것이다.
가정이 있는 나로서는 1달이라도 생활비가 끊긴다면...
온갖 구박에 시달리겠지....😳😳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얻어 1년간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쉴 수 있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지친몸을 이끌고 고객집으로
향한다.



스케쥴을 확인해 보니 저녁 6시 까지
스케쥴은 꽉 차있다.
9시 냉장고,10시 건조기를 수리완료하고
11시 드럼세탁기를 수리하기 위해
고객이 사는 아파트로 향하였다.
고객집의 드럼세탁기 위에 16키로 건조기가
올려져 있어서 세탁기를 수리하기 위해선
건조기를 내려 놓아야 한다.
그래서 2인1조를 하기 위해서 김과장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
김과장님은 흔쾌히 수락하셨고
11시에 시간 맞춰 아파트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과장님 일찍오셨네요~^^"
"응 나도 지금왔어."
"건조기만 같이 내려 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혼자서 수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고객집으로 향하였다.
초인종을 누르자 30대쯤 되는 여성 고객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우리는 세탁실로 향하였다.


사실 나는 몇일전에 이곳에 방문하여
세탁기를 점검 하였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도중 온도 센서에러,
동결에러가 발생하며 멈춰, 세탁기 안에 부품을
서로 연결해주는 전기선 즉 하네스선
불량임을 판단하여 고객에게 말하였다.
"고객님 이 증상은 세탁기 안에 배선들 즉
하네스선 이상 고장으로 교체해야 하며
비용은 대략 20만원 정도 나옵니다."
"그래요, 너무 비용이 많이 나오네요...😰
많이 이사를 다녀서 고장이 난건가요?"
"글쎄요...아무래도 이사를 많이 하시다 보면
세탁통이 흔들려 배선에 무리가 가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아~😲 세탁기도 10년 정도 됐는데...
다른데 고장나거나 그러지 않나요?"
"10년 정도 되면 다른 소모품들은 고장 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그냥 구입할께요."
사실 드럼세탁기 배선이 전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교체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세탁실 1평 남짓한 공간에 16키로짜리
건조기가 드럼세탁기 위에 직렬로
설치 되어있었기 때문에 2명이서 건조기를
내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너무 귀찮고
힘든일이었다.
고객이 드럼세탁기를 수리 안하고
구입한다고 하니 속으로 내심 기뻤다.
그런데 몇일후에 고객이 전화와서는
"기사님, 드럼 세탁기를 구입하려고 했더니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수리해야
할것 같아요...😢"
"아..😰 알겠습니다.
부품 주문해서 방문 하겠습니다."
그래서 부품이 도착하여 과장님과
세탁기 위에 있는 건조기를 내리기 위해서
함께 방문한 것이다.
"그래. 이왕 고치는거 최선을 다해 고쳐드리자."
하고 나는 생각하였고 드럼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받치고 있는 고정나사를 풀고
둘이서 낑낑 거리며
건조기를 바닦으로 내렸다.


세탁실 공간이 1평 남짓이라 한사람만
들어가 있어도 꽉찼다.
나는 좁은 공간에서 드럼세탁기를
올 분해하여 앞으로 갔다가, 뒤로갔다가,
누웠다가, 일어섰다가를
반복하며 추운겨울 한파 였지만
땀을 뻘뻘흘리며 2시간 만에 겨우
드럼세탁기 수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지켜 보고 있던 김과장님은 나를보며
"아무것도 하는일 없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라고 말하였다.


"아니에요. 과장님이 옆에 계신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엄청 힘이되요.
사실 과장님이 안계셨으면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ㅋㅋ 아무리 힘들어도 도망가지는 마~"
건조기를 과장님과 함께 다시 힘들게
들어 올려 겨우 세탁기에 맞춰 놓고,
정리를 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수평을 맞췄다.
그리고 드럼세탁기가 잘되는지 테스트를 하니
역시 성공적으로 잘 되었다.
"고객님 수리 다 되었고 수평도 맞춰드렸으니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됩니다."
"어머~ 너무 고생하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고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힘들긴 했지만
마음이 뿌듯해졌다.


드럼세탁기가 10년이 되긴 했지만,
관리만 잘해서 쓰면 오래 쓸수도 있을것 같았다.
나는 힘들고 수리하기 귀찮아서
괜히 멀쩡한 세탁기를 폐기 유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다보면 쉬운일도 있지만,
힘들고 귀찮은 일도 있다.
요즘 권태기라 그런지 일이 귀찮고 힘들지만, 그래도...
서비스맨이라 그런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좋아해주는
고객들을 만나면
왠지 힘이 솟고 보람을 느낀다.
쳇바퀴 돌듯 똑같은 나의 일상...
힘들지만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서비스맨의 일은 당분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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