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에세이] 할머니와 냉장고

골든 마운틴 2022. 12. 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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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
아침부터 눈이 많이 내린다.
어렸을 때는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얗게 되어 아름답고 좋았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싫다.....😑😑
눈이 오는 풍경은 아름답다..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는데 위험하다.
삶에 찌들어서 그런 건지,
여유롭지 못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눈이 오면 그냥 싫다...😒😒
덕분에 5분 지각했다.
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다들
천천히 달리니 평소보다 지각할 수밖에...
하지만 회사는 이해해 주지 않는다.
눈이 오면 감안해서 일찍 나와
지각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따뜻하게 우리에게 한마디 한다.
"길이 미끄러우니 안전 운전하며
조심하게 다니고 생산성은 8건 이상
최대한 많이 해주세요."
음....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오후 1시쯤 되자 날이 조금씩 따뜻해
지면서 도로나 큰길에 눈은 거이 녹았다.
하지만 1시에 방문하게 될 집은
시골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차안에서 운전하며~

논밭에 쌓인 눈


논밭 가운데 하얗게 쌓인 눈길을 지나
고객댁에 다가왔다.

눈내린 시골전경


문을 두드리자 나이 드신 할머니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냉장고 고치러 왔습니다."
"기사양반..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텐데..
이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아니에요.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져서
눈이 많이 녹아 오는데 수월 했어요.
할머니 냉장고가 어떻게 이상 있으세요?"
"냉동실에 넣어둔 음식들이 녹고 여기
냉장고 밑으로 물이 많이 나와서 이렇게
걸레로 항상 닦고 있다네."


냉동실을 확인해 보니 음식이 냉동실에
가득 쌓여 비닐로 감싸있는 음식 일부분이
녹고 있었다.

"할머니 냉장고가 고장 난 이유는 냉동실에
음식을 너무 많이 넣으셔서 여기 냉기 나오는
구멍이 막혀 있어서 냉장고가 고장 난 거예요."
"기사양반..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
할아버지 있을 때는 음식물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먹을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쌓아 둔 거야..."
"아이고.. 그러시군요.. 할머니 우선 여기 냉동실에
있는 음식물을 다 뺄게요."
할머니는 마당에서 큰 대야를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냉동실의 음식물을 대야에 전부 넣었다.
"기사 양반.. 냉장고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읍내에 가서 같이 사 온 건데... 잘 좀 고쳐주게.."
"네. 그래야죠.. 할머니 냉장고가 2001년에 생산됐네요. 냉장고 구입하신 지 21년 됐어요.."
"아이고.. 벌써 그렇게나 됐네... 나 죽을 때까지..
이 냉장고 잘 써야 할 텐데... 기사양반.. 잘 좀 고쳐주게."
"할머니 오래 사셔야죠.. 잘 고쳐 드리겠습니다."



냉동실을 분해하여 스팀기로 냉각기를 결빙제거
한 후 다시 재조립하여 냉장고를 고쳤다.
"할머니 냉장고 다 고쳤습니다.
이제 바닥으로 물도 안 나올 거고
냉장고 잘 되실 거예요."
"기사양반.. 고맙네.. 고마워..
물이 센 지 오래됐는데..
자식들은 서울에 있고 냉장고
고장 났다고 하면 걱정해서 사가지고 올까 봐.. 자식들에게는 말도 안 했어..
나 죽을 때까지만 냉장고가 버텨줘야 할 텐데..."
"할머니 그런 소리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20년 전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읍내에
나가서 냉장고 사 왔을 때
얼마나 많이 기뻐하셨을까...
지금 냉장고는 20년이 흘러 많이 낡았지만,
할머니가 자신이 죽을 때까지 냉장고가 버텨줘야
한다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주말에 아버지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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